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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림프종) 투병기/항암, 외래 기록

[림프종4기] 마지막 8차 항암 중간검진을 다녀오다. (+ 최종검사까지의 생활들)

by 하늘을 헤엄치는 문어 2020.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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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살인 난 암환자다.

진단 코드 C859.

상세불명의 비호지킨림프종.

그 중에서

저등급 변연부 B세포 림프종.

(마지날존 림포마.)

골수까지 침범되어 4기이며

R-CVP 요법으로 8회 진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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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8일 금요일

마지막 8차 항암 중간검진을 다녀오다.




항암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

예약 시간보다 일찍 가서

혈액을 채취하고

시간에 맞춰 진료실에 들어갔다.


이날의 혈액 수치는 이상이 없었다.

이로써 항암은 다 끝났고

중간 검사 했던 것처럼

최종 검사를 하고서 결과를 갖고

협진을 할 것이라고 알려주신다.


중간 검사 때에는

CT와 PET CT만 검사했었는데

나는 골수에도 암이 전이가 됐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씨티와 펫시티

그리고 골수검사까지 할 것이라고 한다.


중간검사 때에는

CT와 PET CT 모두 깔끔했기 때문에

골수도 좋을 것으로 예상은 하지만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는 검사는 필수불가하다.


이렇게 마지막 최종검사와 협진에 대해

안내를 받고는 나와서

간호사의 안내에 따라 예약을 잡았다.


골수검사 안내문골수검사 안내문


저번 중간검사를 4차 항암이 끝나고

5차 항암 직전에 했었기 때문에

이번 최종검사도 8차 항암이 끝나는 시점에

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늦게 했다.


약 3주 뒤에 골수검사 예약이 잡혔다.

골수 검사할 때 혈액검사도 해야한다고 한다.


그리고 골수검사 날로부터 약 1주일 정도 뒤에

협진 예약이 잡혔다.

협진 날에는 예약 시간보다

1시간 30분 일찍 와서

혈액 검사를 미리 하라고 한다.


이 날이 병원 개원일이라서

영상검사는 예약을 할 수가 없다고 한다.

내일(토요일) 아침에 전화하면

CT와 PET CT 예약을 할 수 있다고 한다.


협진일 전에만 검사를 하면 된다고 하는데

나는 가능하면 하루 안에 모든 검사를 다 하고 싶었다.

병원 오가는 것도 일이기 때문에..


그래서 간호사에게 물어봤다.

골수검사 하는 날에

CT와 PET CT 검사를 해도 되냐고.

내가 골수검사가 이른 시간에 예약이 되어서

같은 날 12시 이후에 검사하면 된다고 알려준다.


대신 CT는 물 포함해서 8시간 이상 금식을 해야하고

PET CT는 물을 1리터 이상 마셔야 하니

CT가 끝나는대로 물을 마시라고 안내해준다.

(몇 번 해봤다고 이젠 익숙하다.)


아무튼 골수검사와 협진 예약을 잡고

이번에는 처방 받은 약도 없어서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음날 병원에 전화해서는

5월 29일 12시 이후로

CT와 PET CT 예약이 가능한지 물어보니

가능하다고 하여 순조롭게 예약을 잡았다.

굿.


 


 



8차 항암이 끝나고

다음 주에 검사를 하겠거니 했는데

생각치 못한 3주간의 공백이 생겼다.


그래서 부모님과 오빠에게 선언했다.

나 신혼집에 갈래.


그래서 금요일에 중간검진을 다녀오고

토요일에 마저 예약을 잡고

부랴부랴 짐을 싸고는

일요일에 오빠가 부랴부랴 친정으로 와서

날 데리고는 신혼집으로 내려왔다.



거진 6개월 만에 돌아온 신혼집.

작년 10월 말에 매매를 해서 이사를 오고

11월 말에 투병 생활을 위해 홀로 친정에 올라가고

5월이 되어서야 이곳에 돌아왔다.


나는 이 집과 함께한 기억이 한 달 뿐인데

오빠는 이곳에서 7개월을 혼자 보냈다.


나는 아직 이 집이 낯선데

오빠는 이 집이 익숙하다고 한다.


새삼 같은 기간 동안

서로 다른 곳에서

다른 시간을 보냈음을 느낀다.


집에 내가 오니 오빠가 좋아한다.

이제 외롭지 않겠다며.

그동안 말은 안 했지만 너무 외로웠다고.



36평의 집임에도 불구하고

친정에 있다가 오니 거실이 작아 보인다.

집에 오자마자 이 얘기를 하니

오빠가 상처를 받는다.


첫 신혼집인 전세집에서

평수 늘려서 이사를 오자마자

혼자 보내면서 집이 참 넓고 쓸쓸했는데

너는 오자마자 집이 작다 그러냐고 ㅋㅋ


중간 검사까지 약 3주.

그동안 우리집에서 보내면서

차차 집에 적응해갔다.

이사하고 못한 정리도 하고

필요한 것들도 사고

꾸밀 것도 꾸미고.


새삼 다시 결혼해서 집 꾸미는 기분...

코로나로 경제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

돈을 아껴야 하는데

혼수 알아보던 것처럼 펑펑 쓰고 있다.

이래도 되는 건지..


크게 별다른 부작용 같은 건 없었다.

다만 확실히 뼈나 근력 등이 약해진 것이 느껴진다.

조금만 무리를 하면 관절이 아파오거나

팔다리에 알이 배긴 것처럼 느낌이 난다.

손의 악력도 예전보다 약해졌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 맞는 듯 하다.

내가 항암을 했었나

내가 암환자였나

그간의 투병 기억들이 아련해진다.

부모님 덕분에 편하게 투병을 했기도 했지만

지금의 난 그냥 일반인인걸.

내가 새삼 아팠었나 싶다.


그렇게 지내다가 최종 검사날이 다가왔다.

검사 전날 아빠가 날 데리러

우리집으로 오실 예정이었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엄마도 같이 오셨다.


아빠 혼자 멀리 운전하려면 심심하기도 하고

이사한 집이 궁금하다면서 같이 오셨다.


오셔서 집 구경을 하시곤

중식을 시켜서 같이 먹고는

검사날부터 협진일까지

약 1주일 정도 다시 친정에서 보낼 것이기에

미리 꾸려 놓은 짐을 챙겨서

친정으로 올라왔다.




+++

최종 검사 후 1주일 동안 친정에서 지내는데

다시 항암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자주 입던 잠옷을 입고

자주 앉아 있던 소파에 앉아 있노라면

투병을 하던 그 시절의 내 모습이 오버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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