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첫 내시경
(위, 대장 내시경 경험기)
위, 대장 내시경 검사 전까지...
위내시경은 그냥 금식만 하면 되지만 대장내시경은 약을 미리 복용해서 대장을 비워놔야 한다. 그래서 약을 받아왔고, 오후에 위 내시경과 대장 내시경 예약을 잡은 나는 아래 안내문 중 오후 검사에 대한 안내대로 약을 복용했다.
대장내시경 약 복용법 (오전)
대장 내시경 약 복용법 (오후)
대장 내시경 약
크게 어려울 건 없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양만큼 먹으면 되는 것.
위의 대장 내시경 전에 먹어야 하는 약 사진은 내가 한번 먹고서 찍은 사진이다. 그래서 원래는 쿨프랩산 A제, B제라고 써있는 약이 4세트가 있는데 하나 먹어서 3세트밖에 안 찍혔다.
대장 내시경 주의 사항
대장 내시경을 하기 전에는 식단조절이 필요한다. 위의 사진처럼 음식을 고려해서 먹어야 하는데 나는 2일 전부터 죽을 먹었다. 내가 검사날이 목요일이었는데 월요일부터 음식을 조심했었다. 기껏 하는데 혹여나 씨라던가 밥풀이 있어서 제대로 검사가 안되면 좀 그러니까..
월요일 저녁에는 깨를 뿌리지 않은 오징어 덮밥.
화요일 점심은 일반식, 간식으로 두부 데친거, 저녁에 흰죽과 야식으로 부드러운 빵.
수요일은 오후 5시까지 하루종일 죽만 먹었다.
마지막 식사 이후에는 너무 배가 고팠다. 그럼 일찍 자는게 좋을텐데 난 내가 자주 챙겨보는 유튜브 먹방을 보며 끝나면 먹을 음식들을 생각하며 하루를 마무리 했다.
그리고 내시경 당일 아침 6시부터 약 복용 시작!
맛이 이상해서 먹기 힘들다는 얘기들을 많이 들었는데 과연 그 맛은..?
처음에 물에 탔을 때는 냄새가 뭔가 레몬주스나 오랜지주스같은 냄새가 났다. 그래서 맛도 그러겠거니 하고 먹었다. 그러나 맛은 생각한 맛은 아니었고.. 약간 그런 주스맛이 나기도 하지만 은근 짠 맛도 나고 밍밍한 맛도 나는 이상한 맛이었다. 아무튼 첫 1000ml (즉 2세트)는 어렵지 않게 먹었다.
참고로 대장 내시경 약 쉽게 마시는 꿀팁!
약을 하나 타면 500ml가 되는데 이를 두번에 나눠서 먹어야 한다.
안그래도 먹기 힘든 이 약을 그나마 좀 편하게 먹으려면
컵에 250ml를 따라서 마시는게 좋다.
안그러면 계속 마시면서 얼마나 먹었나 보려고
끊어 마시게 되다보니 더 힘들다.
차라리 컵에 따라서 한번에 원샷하는게 편하다.
(막판엔 그 원샷도 어렵다는건 비밀)
6시에 처음 250ml 먹고 10분 정도 지나니 바로 신호가 온다. 죽을 2일 전부터 먹어서 그런가 첫 변만 설사처럼 나오고 그 다음부터는 그냥 물만 나왔다.
진짜...막 변이 마려운 것처럼 배도 아프고 아래에도 힘이 들어가는데 막상 힘을 주면 액체만 나온다. 항문으로 소변보는 기분이랄까..?
아침 6시~7시에 총 두세트(1000ml)를 먹고 9시까지 시간이 있으니 잠을 청했다. 아니 청하려 했으나 신호가 온다. 약 먹고 5~10분 뒤면 계속 신호가 왔다. 자려고 누운 동안에도 3번 정도 화장실을 갔다.
그렇게 자는둥 마는둥 시간을 보내다가 9시에 또 먹기 시작하는데 이때부터는 먹기가 힘들다. 냄새만 맡아도 그 맛이 느껴지고 잘 넘어가지도 않고.. 정말 마지막 약을 먹을때는 계속 화장실을 가도 물만 나오는데 이정도면 다 비워진거 아닌가? 약 이제 안먹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마구 밀려온다. 그렇게 꾸역꾸역 다 먹고나서는 수시로 물을 1리터 정도 먹었다.
내가 대장 내시경에서 걱정되었던건 화장실이다. 티비나 예능에서 보면 약을 먹고서 병원에 가는 길에도 화장실이 급해서 초조해 하는 모습을 많이 봤었는데 그게 난 너무 걱정이 되었다. 안그래도 평소 긴장하면 배가 꾸륵꾸륵 하는 장트러블러였는데 이 약을 먹고 약 1시간동안 병원에 가야하는데 그 사이에 화장실이 급하면 어떡하지? 하는 마음..
이런 분들은 걱정 안해도 된다. 물만 안마시면 신호가 안온다!! (정말 다행...)
그래서 출발하기 30분 전까지만 물을 마시고 병원에 가는 동안에는 물을 마시지 않았다! 다행히 신호도 오지 않았다!!
2019년 11월 14일
내 인생 첫 수면 내시경 (위, 대장)
병원에 도착해서 접수를 하고 시간이 되니 내 순서가 되었다. 바지만 병원복으로 갈아입고 가운을 걸치고는 손등에 주사를 꽂고 조금 대기하다가 내시경실로 갔다. 간호사의 안내대로 옆으로 쭈그리고 누웠다. 입을 벌리라고 해서 벌리니 분무기 같은걸로 목구멍 쪽에 뭔가를 칙칙 뿌리고는 침을 삼키라고 한다. 그랬더니 점점 목구멍 주변이 마취가 되는 느낌이 든다. 코로 숨을 쉬라는 안내에 따라 그렇게 숨을 쉬고... 이제 주사에 약 들어갈거에요~ 라고 말하길래 눈을 감았다. (주사 무서워서 못본다.) 그러고는 기억이 없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든 안자보려고 숫자도 세보고 하는데 나는 그냥 잠들기를 바랐기에.
모든 검사가 끝나고 집에서 기절을 하고, 다음날 깨어나서 생각해보았다. 수면 내시경. 그리고 깨어나서의 내 모습들. 익숙한 이 느낌. 이건 술 만취하고 필름이 끊긴 그런 기분이었다.
대충 내가 기억하는 그 날을 순서대로 정리해보면.. 아래 내용은 기억나는 그 순간들만 적은 것이다.
- 내시경 중 중간에 깼다. 눈을 뜬건 아니었는데 가슴에 뭔가 답답했던 기억이 있다.
- 눈을 뜨니 회복실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누워서 자고 있었다. 눈을 말똥말똥 뜨고는 주변을 둘러보며 상황을 파악하는데 방구가 계속 나온다. 계속 방구를 뀌면서 저 멀리 눈에 보이는 간호사한테 말을 걸었다. 방구 뀌어도 되요? 네 뀌세요. 그래서 계속 뽕뽕 꼈다.
- 간호사가 앉아보라고 해서 앉았다. 그렇게 한참 멀뚱멀뚱 있으니 이제 나가자고 해서 운동화를 신호 부축을 받으며 엄마한테 갔다.
- 어떻게 탈의실에 온건지 기억은 안난다. 어떻게 옷장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옷을 갈아입었는지도 기억이 안난다. 내가 기억하는건 옷을 다 갈아입고 병원복을 옷 수거함에 넣는 장면뿐.
이때 엄마의 말을 들어보니 옷 갈아 입는걸 도와주려고 탈의실에 같이 가려고 하니 내가 혼자 할 수 있다면서 엄마를 제지하고는 나 혼자 들어갔다고 한다. 난 기억이 안난다. 말을 들으니 그랬던것 같기도 하고..?
- 어쨋든 옷을 갈아입고 대기실에 앉아있으니 간호사가 부른다. 수면제를 추가로 사용했고, 대장에 용종이 하나 있어서 제거했다. 추가 비용을 수납하고 협진날 협진 시간 전에 결과를 들을거 예약하고 가면 되고, 내일 아침식사까지는 죽을 먹으라고 한다. 이때 엄청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난 끝나고 바로 저녁부터 먹고픈걸 먹을 생각이었는데 다음날 아침까지 죽을 먹으라고?
- 수납은 어찌 했는지 가물가물 하지만, 결과 예약을 잡으려는데 협진 전에 예약을 잡을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우선 협진 이후 시간으로 잡고는 혈액내과를 가보자라고 부모님과 얘기했다.
- 아빠는 계속 팔을 잡으면서 날 부축하고 에스컬레이터를 타는데 뒤에서 엄마가 내 옷을 잡는다. 옷 놔도 된다고, 나 멀쩡하다고 말하며 혈액내과로 갔다. 가는동안 배가 가스가 찬것처럼 빵빵한 느낌이 드는게 좀 불편하다.
- 혈액내과에 가서 지금 이런한 상황인데 예약을 어떻게 해야하냐고 물으니, 협진 때 소화기내과 의사도 들어오니 그때 결과를 듣게 되면 예약을 취소하면 되고, 만약 그때 결과를 못 들으면 협진 후에 결과 들으러 가면 된다고 한다.
- 처음 서울성모병원에 왔던 날 집에 갈 때 지하에서 빵을 몇 개 사갔었는데 그때 먹은 스콘이 난 맛있었다. 이걸 먹겠다는 내 본능이 있었는지 주차장에 가기 전에 빵집에 들러서 내가 먹을 스콘 두개만 집고는 계산을 했다. 엄마가 왜 너꺼만 사냐며 더 고르시는데 난 그냥 내꺼만 결제하고 나옴.
- 그 스콘을 소중하다는 듯이 품에 꼬옥 안고는 차를 타고 꿈꾸는 기분으로 집에 왔다.
- 죽을 먹고는 오빠랑 영상통화를 하다가 잠깐 끊었는데 그 새에 잠이 들었다. 잠들다 깨서는 오빠랑 다시 통화 하며 자야겠다고 얘기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는 거실로 와서 스콘 하나를 먹고는 씻고 잤다. 어지간히 먹고싶었나보다.
- 자려고 씻기 직전에 내가 어떻게 옷을 갈아입었는지도 제대로 기억이 안나서 다시 옷과 속옷을 확인했다. 운동화도 확인했다. 내가 제대로 갈아 입고 온 것이지...
다음날 일어나니 엄마는 내가 코를 골았다고 한다. 아마 약기운이 계속 남아있었는지 깊게 푹 잔 듯 싶다. 검사 날 깨고나서의 일들을 부모님과 얘기하면서 느낀건 기억이 다 안나는걸 보니 그 때 내가 제정신이 아니었구나 하는 것이었다. 옷 갈아입고 나와서 화장실을 내가 갔다는데 난 기억이 안난다. 엄마는 따라갈걸 그랬다며, 제정신이 아니었는데 넘어지기라도 했으면 어쨌냐며 얘길 하시고...아빠도 내가 걷는걸 보는데 애가 멍한게 불안해서 부축을 한거라고 말하시고...
아무튼 수면내시경을 한거라서 중간에 잠깐 깨서 불편했던 느낌 외에는 어려운게 없었다. 그리고 수면 내시경을 하고 깨어나서 있었던 나머지 하루는 꿈처럼 둥 떠있는 기분이고, 기억이 일부 안나고 하는 걸 보면 마치 술에 잔뜩 취해서 필름이 끊긴 것과 비슷했다. 술 마시고 취한 당시에는 멀쩡해 보이고 집도 잘 찾아오지만 다음날 어떻게 집에 왔는지 기억은 안나는 것처럼...그런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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