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암(림프종) 투병기/림프종 진단까지의 기록

서울성모병원에서 림프종 협진(협동 진료)을 받다. (협진 경험기)

by 하늘을 헤엄치는 문어 2019. 11. 25.







협진(협동진료)를 다녀오다.






2019년 11월 20일. 수요일

서울성모병원 협동 진료(협진)를 받다.

11월 초에 서울아산병원에서 전원에 필요한 모든 자료를 준비하고 서울성모병원에 왔었다. 내 자료들을 본 교수는 협동 진료(협진)을 해보는게 좋겠다고 하여 예약을 잡고 왔었는데 이날이 바로 협진을 하는 날이다.


강남성모병원 협진 안내문서울성모병원 협진 안내문




위의 사진이 협진에 대한 안내문이다. 혈액내과에서 나의 림프종 담당교수을 중심으로 팀을 구성해서 진단을 한다고는 하는데 협진 전날까지 과연 이게 어떻게 진행이 되는 것인지 너무 궁금했다.


아무튼, 협진 전날 림프종 전문 간호사한테서 전화가 왔다. 10시부터 협진이 시작인데 나는 순서가 몇번째이니까 이 시간까지 오면 된다는 안내 전화였다. 예약했던 시간보다 이른 시간이었고 이에 맞춰서 병원에 갔다. 혈액내과 간호사에게 협진하러 왔다고 말하니 본인 확인을 하고는 나에게 작은 쪽지를 준다.



협진 쪽지간호사가 준 쪽지..



이 쪽지에 적힌 곳에 찾아가서 문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아 대기를 하고 있으니 순서가 되어 내 이름을 부르기에 들어갔다.




협진실 내부협진실 내부



들어가니 뭔가 분위기에 압도된다. 정면에는 빔 프로젝터로 쏴서 큰 화면이 보이고 진료실 중앙에는 회의실처럼 책상이 길게 있고 그 책상의 긴 양면에 의사로 보이는 사람들이 각자 본인들의 컴퓨터 화면을 보며 앉아있었다. 이 책상에 앉은 의사만 8명인가 10명이 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의사들 뒤에 있는 벽쪽에 의자를 놓고는 간호사나 레지던트로 보이는 사람 4~5명이 앉아있었다. 빔프로젝터로 쏜 화면의 좌측에는 내 담당 교수가 앉아있었고 우측에는  2명의 사람이 작은 책상에 컴퓨터를 두고 앉아 있었다. 그리고 나와 오빠, 부모님은 진료실 문을 통해 들어오면 보이는 바로 앞의 의자에 나란히 앉았다.

(뭔가 협진을 하고 나왔을 때의 느낌은 대학생 때 ppt등을 발표했던 그런 기분이다.)


들어가니 불을 끄고 협진이 시작된다. 협동 지료는 각 분야별로 발표를 하고 최종 진단을 내리고 어떤 치료요법으로 항암을 할지 알려준 후 질의응답의 시간이 간단히 있었다. 저번 진료 때는 질문에 대한 답도 자세히 해주셨는데 이때는 단답형으로 끝내시는걸로 보아 뭔가 협동진료의 시간이 조금 촉박한 느낌이 들어서 준비한 질문을 다 하진 못했다. 협진 시간은 약 10분 정도.

아래부터는 협진 시 나왔던 이야기들을 요약한 것이다.



 

 



 

혈액내과 림프종 담당교수

 : 협진을 시작하겠다. 성함 아무개, 만 30세 여성이고 금년 8월달에 우연히 서혜부, 사타구니, 쪽에서 혹이 만져져서 서울아산병원에서 조직검사를 시행하였고, 림프종이 진단되었고 당시에 골수에도 있는 것으로 진단이 되었다. 이 자료들을 갖고 우리 병원에 와서 재평가를 하게 되었다.


영상의학과 교수

 : 몇 월 몇 일에 시행한 CT영상 이다. 자료를 보면 커다란 혹이 있고 그 주변에 작은 것들이 있는데 이 모든 것들이 허벅지를 벗어난 곳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이 큰 혹은 2.5cm로 꽤 크며 환자가 발견한 부위는 이것으로 추정된다. 조직검사 역시 이 부위를 했을 것으로 보여진다.

외부 병원에서 전신 PET CT(펫시티)도 시행했는데, 보다시피 여기(서혜부)에만 까맣게 덩어리가 보이고 다른 곳에는 보이지 않는다.


병리과 교수

(협진의 대부분이 조직검사에 대한 설명. 모든 슬라이드 다 보여주며 하나하나 설명을 해주심.)

 : 가져온 슬라이드를 봤는데, 보다시피 종양이 커서 한 화면에 다 들어오지 않는다. 보면 테두리가 있는데 이게 림프절이고 테두리 주변에 하얗게 있는건 주변에 있는 지방조직이다. 안에 있는 이 색깔(기억에는 보라색?)이 안에만 있어야 하는데 테두리 밖으로도 있고 이건 굉장히 안좋은 것이다. 


면역세포가 T세포와 B세포가 있다. 지금 보는건 T세포인데 세포들이 와해(?)되어 있는걸 볼 수 있다. 다음은 B세포인데 지방조직으로 빠져 나가고 있다. B세포는 원래 전반적으로 쫙 분포하는게 아니라 어느 구역에서만 동글동글하게 보여져야 하는데 여기에는 전체적으로 꽉  채우고 있어서 기본적으로 이 병명은 B세포 계열의 악성 림프종이 되겠다. 


세포들의 증식 활성도를 보면 색깔(아마 검은색인 부분인 듯)이 칠해진 부분이 증식활동을 하는 세포인데 전체 세포 중에 일부 세포들만 활동하는 것으로 보여져서 증식 활동이 낮은 저등급의 B세포 계열의 악성 림프종이 되겠다.


이제 저등급 B세포 악성 림프종의 세부 아형을 결정해야 하는데, 진단하면서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검사 CD10(씨디텐?)이 있는데 보면 양성을 보이고 있다. 동글동글하게 모여 있는 세포들 뿐만 아니라 주변에 퍼지고 있는 세포에서도 양성이 보여서 이것만 놓고 보면 소포림프종으로 진단을 해야 하는데 아주 드물게는 변연부 림프종에서도 CD10이 양성으로 보이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전반적인, 큰 대표적인 특성을 보고 진단을 내려야 한다. 보면 동글동글하게 모양을 가지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퍼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고 이게 대부분이 B세포 악성세포들이 림프절 전체에 걸쳐 퍼져 있는데, 아까 본 CD10은 극히 일부에만 보이고 있다. 이로써 소포성 림프종이냐 변연부 림프종이냐 결정을 해야 하는데 두가지 면에서, 커진 림프절이 서혜부에만 모여있다는 점과 CD10 염색이 국소적으로 보이는 점을 보아 소포 림프종 보다는 변연부림프종으로 진단하게 되었다.


아마 서울아산병원에서도 진단을 내릴 때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은데 그래서 변연부 림프종이라고 딱 깔끔하게 진단을 내리진 못하고 변연부 림프종이 합당한 소견이다라고 진단을 적은 것 같다.

결론은 변연부 림프종이고 일반적이지 않게, 독특하게 CD10을 부분적으로 표현(?)하는 형태이다.


영상의학과 교수

 : PET CT(펫시티)에서는 뼈에 증상이 보이진 않는다.


소화기내과 교수

 : 이번에 위내시경과 대장내시경을 했었는데, 변연부 림프종이 위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아서 내시경을 제안하여 시행했었다. 위에는 아무런 이상 소견이 보이지 않고 지금 보는 사진은 대장 사진인데 보이는 조그마한 볼록 튀어나온 것은 일반적인 용종, 보통의 저등급의 선종이다. 가장 흔한 형태의 용종이고 조직 검사를 해본 결과 림프종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 결과적으로는 위, 대장 내시경에서는 변연부 림프종과 관련된 소견은 없다.


혈액내과 림프종 담당교수

 : 지금까지 다양한 검사를 종합했다. 변연부 림프종이라는 병은 기본적으로 림프절에서 생기기 보다는 림프절 외에서 주로 생기는 병이다. 흔한 형태와 흔한 경과는 아니지만 잘 진단 되었다. 골수에 대한 자료도 재검토를 했는데 골수에도 침습이 되어 있어서 항암 치료를 하는게 좋을 것 같다. 항암치료 요법은 R-CVP요법이라고 해서 표적항체치료제로 가벼운 항암치료를 할 것이고 6개월 동안 3주에 한번씩 8회 시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면 된다. 궁금한 것 있으면 물어보면 된다.


 : 소포성 림프종이랑 변연부 림프종 사이에서 진단을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보여지는데 두가지의 치료 방향이 비슷한가?


혈액내과 림프종 담당교수

 : 치료가 조금 다르다.


 : 변연부 림프종이 위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아서 내시경을 시행한걸로 알고 있는데 혹시 헬리코박터균 같은 것은 나와 관련이 없는가?


소화기내과 교수

 : 헬리코박터 균에 감염이 되면 나타나는 특징적인 소견들이 있는데 위내시경을 보면 그런 것들 없이 아무 이상이 없는 젊은 성인의 건강한 위점막이었기때문에 헬리코박터균에 대한 검사는 따로 하지 않았다. 의심되는 소견은 전혀 없다. 


 : 혹시 항암을 하기 전에 해야 할 예방접종이 있는가?


혈액내과 림프종 담당교수

 : 해야할 것은 없다.


 : 항암 치료 중에 응급상황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을 것 같은데 주변에 있는 아무 병원에 가도 상관이 없는가? 


혈액내과 림프종 담당교수

 : 가급적이면 항암치료하는 병원에 오는게 가장 좋다. 그리고 항암하는 사람이 치료에 관련해서 응급상황이 발생하는 확률은 낮다. 




항암 일정을 잡고 귀가해도 된다는 담당 교수의 말을 들으며 협진을 마무리하고 나왔다. 오후에 따로 잡혀있던 내시경 결과 예약은 따로 방문할 필요 없이 취소가 되었다. 협진에 참여했던 림프종 전문 간호사가 따라 나와서는 잠시 혈액내과에서 대기하면 안내해주겠다고 하여 혈액 내과 대기실로 갔다. 잠시 뒤 와서 간단히 설명해 준다.




 

 





마지날존 림포마(변연부 림프종)이고 3주에 한번씩 외래로 와서 항암을 하게 될 것이다. 중간에 10~14일쯤 면역력이 약해지는데 이때 외래로 와서 중간 검진을 할 것이고 이러한 패턴으로 8번 진행을 하게 된다.

항암시 말초신경에 약을 넣는데 위험할 수도 있어서 중심 동맥관에 포트를 삽입할 것이다. (케모포트인듯.) 이 포트를 시술하고서 항암을 시작할 것이고 예약안내를 접수처에서 해줄 것이다. 항암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나 교육을 물어보니 항암날 설명을 해준다고 한다. 영양, 사용하는 약, 생활 교육을 그때 해줄거라고 설명하고는 다음 협진을 하러 자리를 떠났다.


잠시 대기 후에 접수처 간호사가 불러서 안내를 해준다. 캐모포트 시술을 이날 하고 그 다음날에 항암을 할 것이고 중간검진은 언제인지 알려준다.. 캐모포트 시술시 수면 마취를 하기에 이에 관한 동의서를 작성했다.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항암이 진행될 예정이며 시간이 길어 입원 처리는 되지만 입원은 아니기에 식사는 나오지 않으니 도시락을 챙겨오라고 한다. 음식은 냄새가 심하게 나는 음식만 아니면 상관 없고, 도시락을 못 싸오면 지하 식당에서 포장해와도 된다고 한다. 





8월 중순에 사타구니(서혜부)에서 혹을 발견.

9월에 동네에 있는 대학 병원의 외과에 가서 CT를 촬영하고, 림프종이 의심되니 큰 병원으로 가라는 소견서를 받음.

10월 서울아산병원에 소견서를 들고 가서 4박5일의 입원기간동안 조직검사와 골수검사, PET CT등 각종 검사를 한 결과 C859 상세불명의 비호지킨림프종 (저등급 B세포 노달 말토마 림포마) 진단.

11월 병원에서의 모든 자료를 챙기고 서울성모병원으로 전원. 위와 대장 내시경 후 협진(협동지료)을 하여 최종 진단과 치료요법, 항암 일정 결정.






31살인 난 암환자다.

진단 코드 C859 상세불명의 비호지킨림프종.

저등급 B세포 변연부 림프종 (마지날존 림포마) 4기.

R-CVP 요법으로 8회 진행 예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