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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살인 난 암환자다.
진단 코드 C859.
상세불명의 비호지킨 림프종.
그 중에서
저등급 B세포 변연부 림프종.
(마지날존 림포마.)
골수까지 침범되어 4기이며
R-CVP 요법으로 8회 진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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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에 앞서
중심정맥관 중 하나인
케모포트를 삽입하다.
2019년 11월 27일 수요일.
케모포트를 삽입하다.
이날은 케모포트 삽입과 심장 초음파가 예정된 날이다. 참고로 캐모포트에 대한 설명은 아래 링크 참고 바란다.
시술에 앞서 8시간 동안 물을 포함한 금식을 하고서 예약 시간보다 30분 정도 일찍 2층의 혈관조영실로 갔다. 가보니 CT실 등이 있었던걸로 기억한다. 접수를 해야할 것 같은데 어디서 해야할지 접수대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혈관조영실이라고 쓰여진 유리문 앞에는 관계자 외 출입금지 글씨가 적혀있고...그런데 그 유리문에 자세히 보니 안으로 들어와서 접수하라는 글이 쓰여져 있다. 그래서 문을 열고 조심스레 예약하고 왔다며 본인확인을 하고나니 밖에 있는 의자에 앉아있으면 불러줄테니 대기하고 있으라고 말한다.
대기하다가 이름을 부르기에 들어갔다. 입구 근처에 있는 침대에 커튼을 쳐주며 상의만 속옷까지 모두 탈의하고 수술복으로 갈아입으라고 한다. 소독약을 바르다보면 옷이 지저분해진다면서. 연두색 반팔의 수술복. 입고는 앞섬은 세개의 끈으로 대충 묶을수 있게 되어있다. 살이 보인다.... 아무튼 환복을 하고 내 옷은 간호사가 준 병원로고가 쓰여진 쇼핑백에 담았다.
커튼을 한쪽으로 치우고 잠시 침대에 걸터앉아서 기다리니 다시 내 이름을 부른다. 안내를 받으며 시술실로 들어갔다. 침대에 누우라기에 누었다. 얼굴을 왼쪽으로 돌린 상태로 진행을 하니 돌려달라고 한다. 그러고는 오른쪽 가슴과 쇄골 사이에 시술을 할테니 수술복을 좀 내리겠다고 말하고는 앞을 여미고 있는 세개의 끈 중 위의 끈 하나를 풀고 오른쪽 어깨에 걸쳐진 수술복을 등 뒤로 제낀다. 그리고는 소독합니다, 좀 차가워요~라고 말하며 소독을 하고는 천으로 삽입할 부위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과 내 얼굴을 덮는다.
이 천이 앞면은 녹색천이고 왼쪽은 좀 두툼한 비닐로 되어있다. 그 비닐로 통해서 내 왼쪽에서 일어나는 일을 지켜보았다. 엄청 큰 티비? 모니터 같은 것이 있었다. 이게 천장이나 벽에 달려있는건지 간호사가 내 바로 앞으로 화면을 당겨온다. 전체적으로 검은 화면이었고, 화면의 좌측 아래에 뭔가 화면이 뜬다. 시술 부위에 초음파를 대서 보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정맥을 찾아야 하니. 몇 번 문지르면서 보더니 국소 마취 들어갈게요, 따끔합니다~ 하는 말이 들려오고 따끔한 느낌이 난다. 그러고는 내 앞으로 가져왔던 화면을 다시 벽쪽으로 다시 밀어낸다. 금방 마취가 된 듯 하고 다시 말소리가 들려온다. 이제 잠이 오시는 약을 놓을거에요~ 라고 말하고는 주사를 놓는 듯 하나 이미 부분 마취가 되어서 그런지 아무 느낌은 나지 않는다. 그러고는 시야가 졸린 것처럼 뿌옇게 보인다. 그러나 잠들지는 않고.. 뭔가 문지르는 느낌이 나더니 끝났다고 한다. 응?
옆에 이동식 침대를 가져와서는 이동을 하라고 하길래 앉아서 옆 침대로 이동해서 누웠다. 침대에 누운 상태로 아까 수술복으로 환복을 했던 입구쪽으로 이동한다. 핸드폰을 대기실에 있는 부모님께 맡기고 와서 몇 시인지 알 수가 없다. 주변에 시계도 안보이고.. 그렇게 누워있는데 직원인가 간호사(정확히 그분들을 뭐라 불러야 할지 모르니 그냥 직원으로 언급하겠다)가 왔다 갔다 하면서 열리는 입구 문 너머에 엄마가 보인다. 핸드폰을 달라고 말해서 건네받고 엄마는 다시 대기실로...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내가 몇 시에 시술을 들어갔지? 기억이 안난다. 카톡으로 오빠한테 연락이 와있어서 셀카를 찍어서 보내고.
그러고 있으니 직원이 와서는 말을 한다.
"보호자분께 주의 사항 등 설명을 했구요, 잠시만 계시다가 3층 혈액내과 주사실로 갈게요."
라고 말한다. 그래서 궁금한 걸 물었다.
"수면마취는 왜 한건가요? 잠이 안 들었던거 같은데"
"환자분 20분 정도 잠드셨어요."
그렇다고 한다. 나는 수면마취를 하고 시야가 한동안 뿌옇다가 끝나길래 잠이 안들은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건 잠들었다가 깨어나는 중이었던 듯 하다. (나중에 엄마 말로는 내가 들어갔다가 나오는데 30분이 걸렸다고 한다.) 그렇게 혼자 놀라워 하고 있으니 다른 직원이 와서는 침대를 이끈다. 나가면서 OO님 보호자분~ 같이 이동하실게요~ 라고 말하며 엘리베이터 타고 혈액내과 안에 있는 주사실로 이동. 그곳에서 자리를 잡고는 직원은 나가고 혈액내과 간호사가 와서 모래 주머니를 얹혀주고는 나간다.
누워서 실이 어떤지 잘 보이지는 않는데 내 좌우로 커튼 너머에 침대가 있는 것으로 보아 일렬로 침대가 있는 것 같고 맞은편에는 의자가 쭉 놓여져 있는 것 같았다. 기억 나는건 아빠가 그 의자 중 하나에 앉아서 쉬고 계셨고, 다른 의자에는 한 여자가 앉아서 항암 주사를 맞고 있었다. 아마 항암 시간이 짧은 사람인가 보다.
또 중간에는 근처에서 꼬마애 우는소리가 들린다. 아프다면서 악을 쓰면서 울고 있고 보호자와 간호사는 힘주면 더 아프다며 달래고 있는 것 같았다. 이 근처에 있다는건 아무래도 혈액과 관련된 암이거나 백혈병일텐데... 어른들도 무서워 하는 이 병에 걸린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 그 아이가 너무 안쓰러웠다.
대략 1시간 정도 그곳에 있었다. 케모포트를 삽입하고 1시간 10분 뒤에는 심장 초음파를 해야한다. 다행히 시간이 겨우 맞았다.
이제 움직여도 된다며 모래주머니를 치워주고 삽입 부위를 보던 간호사. 주사줄이 꽂혀있는 것을 보고는 의아해 하며 묻는다.
"오늘 주사 맞을 것 있나요?"
"아니요, 내일 항암 해요."
"아~ 바로 항암하는 줄 하고 조영실에서 주사를 연결한 것 같아요. 뺐다가 내일 다시 꼽으려면 아플테니까 그냥 테이프로 붙여놓을게요. 내일 항암하러 가시면 주사 꽂혀 있다고 말하면 되요"
그러면서 주사줄을 잘 정리해서는 의료용 테이프로 붙여주고 혈액내과 주사실을 나왔다.
심장 초음파
4층에 있는 심장초음파실로 이동을 하는데 저번 수면 내시경을 한 후 내가 제정신이 아니었던걸 아는 부모님은 지금도 내가 잠이 덜 깨서 제정신이 아닐까봐 부축을 한다. 그런데 이번엔 정말 제정신이다.
심장 초음파실로 가서 접수를 하고 혈압을 재고 속옷을 포함해서 상의를 검사복으로 갈아입고 검사실로 들어간다. 침대 난간에 등을 대고 벽을 보며 왼쪽으로 눕고는 옷의 앞섬을 푼다. 그리고는 여의사가 초음파 기계를 가슴쪽에 대며 초음파를 본다. 미리 안내를 했는데 세게 누르느라 좀 아팠다. 초음파를 하면서 중간 중간 숨을 크게 쉬세요~ 내쉬세요~ 멈추세요~를 지시한다. 그러면서 몇 번 보더니 "포트가 보이네요" 라고 말한다. 방금 포트 삽입하고 왔다고 말하니 그게 심장 쪽에 연결되어 있어서 초음파에서 보인다고 말한다. 들으면서 한번 더 신기해했다. 그렇게 10분정도 초음파를 보더니 잠시 나갔다가 남자의사를 데려와서는 초음파 화면을 본다. 뭔가 얘기를 하더니 나가고, 여의사는 심장 정상이라며 이제 끝났다고 말한다. 그래서 신발을 신고 옷을 대충 여미고 다시 옷을 갈아입고 수납을 하고 집으로 왔다.
케모포트를 삽입한 부위에 지혈을 위해 두꺼운 패드를 붙여 놓은 상태에 주사줄까지 테이프로 고정되어 있어서 잘 때 좀 불편했다. 눕고 일어날 때 그 부위에 힘이 들어가서 살짝 아픈 것이다. 테이프땜에 살이 땡기는 느낌도 들고... (다행히 다음날 항암을 하면서 모든걸 제거하니 편했다.)
+ 간단한 요점정리
시술 전 8시간 물 포함 해서 금식 필요.
케모포트 삽입 시술 시간 총 30분.
국소 마취와 수면 마취가 이뤄짐.
회복시간 1시간
심장 초음파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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